
라미 스튜디오 아쿠아마린 볼펜으로 원고지에 필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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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igraphy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테라 젊은 시절 삶의 악보는 첫 소절에 불과해서 사람들은 그것을 함께 작곡하고 모티프를 교환할 수도 있지만 보다 원숙한 나이에 만난 사람들의 악보는 어느정도 완성되어서 하나하나의 단어나 물건은 각자의 악보에서 다른 어떤 것을 의미하기 마련이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리속에서는 희망과 야삼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갈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내 마음은 사막이었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았다. 습기라곤 없었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어린 날도 있었다. 내겐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