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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테라
젊은 시절 삶의 악보는 첫 소절에 불과해서 사람들은 그것을 함께 작곡하고 모티프를 교환할 수도 있지만 보다 원숙한 나이에 만난 사람들의 악보는 어느정도 완성되어서 하나하나의 단어나 물건은 각자의 악보에서 다른 어떤 것을 의미하기 마련이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리속에서는 희망과 야삼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갈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내 마음은 사막이었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았다. 습기라곤 없었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어린 날도 있었다. 내겐 너무 어려운 과제였다. 나는 늘 사람들의 눈을 피했다. 그들은 나를 소심하고 얌전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이따금 저녁에 거리를 걸을 때, 그리고 어지러운 마음에 한 밤 중이 될 때까지 집으로 돌아올 수 없을 때면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이제는, 정말 나의 연인이 내게로 오로 있을 거라고, 다음 길모퉁이를 지나고 있을 거라고, 다음번 창문에서 나를 부르고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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