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광복절
박인걸
하늘은 검고
태양은 빛을 잃었다.
별들은 돌이 되고
바다는 흉용했다.
긴긴 삼십 육년
가슴엔 응어리가
명치끝엔 한이
울분은 마그마였다.
주권을 잃느니
죽음을 달라
조국을 잃느니
자결 하리라
끌려간 징용은
불귀객 되고
아들 딸 기다리다
눈이 멀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양이 떳다.
홀연히 찾아 온
해방이었다.
새들은 높이 날고
산들은 춤을 춘다.
함부로 짓밟힌 땅이
툭툭 털며 일어섰다.
잊지말라 그 세월
빼앗기지 말라 이 강토
기억하라 선조들을
감사하라 그 축복을
※ 흉용하다
물결이 매우 세차게 일어나다.
또는 물이 힘차게 솟아나다.
광복절 날에
나상국
바람 앞에 위태롭게
흔들리던 조선
꺼져가는 등불을 되살리려
살 속을 매몰차게 후벼 파는
칼 바람에 피를 흘리며
임진강을 건너고
봉이 김선달이 팔아먹었다던
얼어붙은 대동강을 건넜다.
푸른솔은 늙고 늙어갔어도
해란강을 말달리던
선구자도 가고 없지만
청산리 전투에서
피흘리며 승전보를 전해 온
임들의 역사가
주국의 해방에 초석을 다진
그 역사의 숨결이
풀잎에 구르는 새벽이슬
바람과 햇빛에
흔적도 없이 허공으로 사라지듯
오래된 사진이 색바래
희미해져 가듯
오늘날
저만 잘난 듯 아는
후손들에 의해서
망각의 저편
그늘 속에 감춰진 채
감동도 감정도 없이
손에 쥐어진 태극기만 흔드는
광복절 날에
마음 한쪽이 아리다.
8.15 광복절에 부쳐
임영준
절로 가진 것이 아니다
누군가 베푼 것도 아니다
수많은 선인의 희생과
민초들의 고난으로
쟁취한 본령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어지러운 순간마다
흐물거리는 고위들과
민심에 반하는 역적들에
휘둘리며 지낸 것인가
우리의 저력은 결코 그 정도에
일그러지지 않을 것인데
게다가 뚜렷한 영토와 불굴의 의지와
때마다 치솟에 오르는 혈맥이
구국의 길을 닦아놓는데
광복의 함성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인데,
아직도 열망의 불꽃이 눈부신데
툭하면 자강의 끈을 놓으려 하는가
이젠 더 크게 눈을 부라리고
뼛골에 새겨야 하리라
찰나도 흘리지 말아야 하리라
8.15 의 열정을 되새기고
또 새겨야 하리라
아무리 넘쳐도 넉넉지 않은
광복의 그 순간을 절절히
간직해야 하리라
광복 그 날의 함성
오애숙
반만년 역사 속에 황사로 휘둘려
참담한 고통의 깊은 수렁에 빠지더니
스멀스멀 울 넘어 피바다 이룬다
황사에 밀려 사위어 가는 하현달 속
사그랑주머니에 겹겹의 한 껴안은 외기러기
조국 떠나 망망대해 떠돌고 있을 때
아우성이 고뇌의 응징 속에서
사방팔방 뭉쳐 만든 횃불로 불꽃 연다
자유 깃발로 열방에 펄럭이라고
한 묻고 살얼음판 서성이는데
한겨레 혼으로 상현달 속에 꽃 피웠다
겨레의 한 날리라 환희로 나팔 분다
※ 사위다 / 사위어가다
불이 다 타고 사그라져 재가 되다.
불을 붙이는 것을 '사르다'라고 한다.
'사위다'는 문학 작품에서 사람의 애틋한 마음을 표현할 때 자주 쓰이는데, 애가 끓고 속이 타는 심정을 표현할 때 '사위어가다'라고 한다.
※ 사그랑주머니
다 삭은 주머니라는 뜻으로, 겉모양만 남고 속은 다 삭은 물건을 이르는 말.
※ 열방 = 열국(여러나라)
※ 겨레
같은 핏줄을 이어받은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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