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review
문학동네×스테들러 김훈 명문장 연필로 쓰기 이벤트 당첨후기
사락연
2019. 7. 2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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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손글씨계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종종 열리는 손글씨이벤트에 참여하고는 합니다.
문학동네×스테들러 김훈 명문장 연필로 쓰기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한정판 스테들러 점보연필을 받았습니다.
필기구관련 문구브랜드 계정보다 출판사계정에서 이런 손글씨 이벤트가 많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콜라보 이벤트는 환영입니다.
제가 참여한 이벤트는 스테들러쪽 이벤트였는데 태그가 동일해서 그러했는지 마감일이 빠른 문학동네에서 먼저 당첨이 되었습니다.
택배로 한정판 연필을 받은 뒤 스테들러에서도 당첨이 되어서 양보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스테들러에서는 연필로 쓰기 김훈산문 책도 함께 보내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괜히 양보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전 괜찮습니다.
정말로요.
김훈 작가님의 작품 중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필사하는 이벤트였는데 마침 집에 남한산성이 있었습니다.
영화화될 때 사두었는데 읽지는 않아서 아주 새책입니다.
이벤트도 참여할 겸 새로 책도 읽을 겸 필사를 하면서 읽었습니다.
이벤트가 끝나도 계속해서 필사하며 읽을 생각입니다.
오랜만에 연필로 한글흘림체를 적었더니 왠지 글씨가 더 있어보입니다.
옛터가 먼 병자년의 겨울을 흔들어 깨워,
나는 세계악에 짓밟히는 내 약소한 조국의 운명 앞에 무참해졌다.
그 갇힌 성안에서는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엉켜있었고,
치욕과 지존은 다르지 않았다.
말로써 정의를 다를 수 없고,
글로써 세상을 읽을 수 없으며,
살아있는 동안의 몸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을 다 받아내지 못할진대,
땅 위로 뻗은 실을 걸어갈 수밖에 없으리.
허송세월하는 나는 봄이면 자전거를 타고 남한산성에서 논다.
봄비에 씻긴 성벽이 물오르는 숲 사이로 뻗어 계곡을 건너고 능선 위로 굽이쳤다.
먼 성벽이 하늘에 닿아서 선명했고, 성안에 봄빛이 자글거렸다.
나는 만날 놀았다.
문장으로 발신(發身)한 대신들의 말은 기름진 뱀과 같았고, 흐린 날의 산맥과 같았다.
말로써 말을 건드리면 말은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빠르게 꿈틀거리며 새로운 대열을 갖추었고,
똬리 틈새로 혀들은 맹렬한 불꽃으로 편전의 밤을 밝혔다.
묘당(廟堂)에 쌓인 말들은 대가리와 꼬리를 서로 엇물면서 떼뱀으로 뒤엉켰고,
보이지 않는 산맥으로 치솟아 시야를 가로막고 출렁거렸다.
말들의 산맥 너머는 겨울이었는데,
임금의 시야는 그 겨울 들판에 닿을 수 없었다.
사용한 종이는 올어라운드 오브젝트의 올어라운드 A5 줄노트입니다.
흔히 말하는 대떡메로 한장씩 뜯어쓸 수 있는 노트패드입니다.
인스타그램 @all_around_object
택배로 도착한 한정판 스테들러 점보연필입니다.
연필은 나의 곡괭이다._김훈
문구가 적혀있고 굵은심이지만 2B연필입니다.
일반 스테들러 2B연필과 크기 비교샷입니다.
뚜껑이 있어서 보관하기에 좋습니다.
아까워서 아직 써보지는 못했어요.
다양한 캘리그라피 도구들이 있지만 연필로 쓰면 기본에 충실한 느낌이라서 한획 한획에 집중하게 되더라구요.
제가 초등학교 저학생 때에는 글씨쓰는 습관을 위해서라며 샤프나 펜을 절대 못쓰게 하고 연필만 쓰게 했었습니다.
조금 크고 나서는 연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연필은 어릴적의 향수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자주 쓰는 만년필 필통에 연필 한 자루를 넣어두었습니다.
연필 필사는 종종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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